주말이 끝나간다. 어디에 있든지 간에 내게 주말은 좀 난감한 시간인데 더구나 난 할매처럼 아침 잠이 많지 않아 이 긴 하루를 또 어찌해야 하나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행동 개시. 빨래를 개고 우아하게 커피를 내려 마시고 책도 좀 읽고 티비도 좀 보고 백만 년 만에 중국어 공부도 좀 하고 짜장라면을 끓여 아점을 해결하고 다시 설거지를 하고 유한락스로 칠갑을 한 후 욕실 청소를 하고 몇 벌의 옷과 면생리대를 표백했다. (이제 보니 보랏빛 맨투맨 티에 락스가 튀었는지 분홍색 점이 생겨서 몹시 속상...)
그래도 아직 한낮이라 밖에 나갔다. 이 동네에도 산책할 만한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중에 중랑천 생각이 났다. 끝자락의 아파트 단지를 지나니 중랑천으로 통하는 길이 보였고 그 곳엔 참 많은 사람이 나와 걷고 뛰고 얘기하고 있었다. 날이 좀 쨍하면 내 기분도 햇빛에 말릴 수 있어 좋을 것 같은데 오늘은 내내 다소 흐렸다. 음악을 들으며, 우아하게 타 간 아아를 홀짝이며, 그렇게 걸을 때 순간 순간 좀 처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슬펐는데, 그래서 걷지 않고 뛰어보기로 했다. 러닝머신 위가 아닌 곳에서 뛴 게 참으로 오래 전 일이라 그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뛰고 뛰다보면 기분이 반드시 나아지고 새 에너지가 생기리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강한 믿음도 있었다. 10분 여를 뛰고나니 역시나 땀이 슬며시 배어나오며 기분이 좀 나아졌다.
돌아와서는 청소를 하고 티비를 보고 저녁을 해 먹고 설거지를 했다. 욕실 세면대 바로 위에 선반이 없어서 칫솔과 양치컵, 세안용품 등을 둘 수 있는 흡착식 간이 선반을 사서 (처음 내가 했을 때 자꾸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아빠의 손을 빌려 붙여두었는데, 그게 낮에 욕실 물청소를 하며 떨어져버렸다.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해봐도 한 쪽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다. 굳은 마음을 먹고 반드시 해결하리라 하는 오기를 갖고서 결국 튼튼해 보이도록 붙이기는 했다.
삶이란 이 흡착식 간이 선반 같다. 안정감 있게 원하는 곳에 튼튼하게 붙어 있고 싶지만, 언제나 약간은 불안정하게 간신히 버티며 다행과 불안 사이를 줄타기 하는.
예정되어 있는 몇 건의 집들이를 떠올리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집이 초라해 보일까봐, 이 집에 사는 내가 처량해 보일까봐, 그래보이지 않으려 애쓰려고 한다. 휑한 벽에 패브릭으로 된 세계지도를 예쁘게 걸고자 했지만, 그리고 베란다 바닥에 원목 타일을 깔고 남은 자리에 예쁜 화분을 두 어개 더 두어 생기를 주고 싶지만 또다시 예산 문제로 갈등을 하게 된다.
2년 후 대출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의 일부를 갚아 매달의 지출을 좀 줄이고자 계획을 세워보니 당분간 여행은 꿈도 꾸기 어렵겠다.
마음은 번잡하고, 시간은 지루하고, 몸은 바쁘고, 가스와 전기와 물을 많이 쓰고, 그래서 돈은 안쓰려고 노력한 끝에 성공했고, 일기는 잡다하기 그지 없었던 일요일.
그래도 아직 한낮이라 밖에 나갔다. 이 동네에도 산책할 만한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중에 중랑천 생각이 났다. 끝자락의 아파트 단지를 지나니 중랑천으로 통하는 길이 보였고 그 곳엔 참 많은 사람이 나와 걷고 뛰고 얘기하고 있었다. 날이 좀 쨍하면 내 기분도 햇빛에 말릴 수 있어 좋을 것 같은데 오늘은 내내 다소 흐렸다. 음악을 들으며, 우아하게 타 간 아아를 홀짝이며, 그렇게 걸을 때 순간 순간 좀 처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슬펐는데, 그래서 걷지 않고 뛰어보기로 했다. 러닝머신 위가 아닌 곳에서 뛴 게 참으로 오래 전 일이라 그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뛰고 뛰다보면 기분이 반드시 나아지고 새 에너지가 생기리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강한 믿음도 있었다. 10분 여를 뛰고나니 역시나 땀이 슬며시 배어나오며 기분이 좀 나아졌다.
돌아와서는 청소를 하고 티비를 보고 저녁을 해 먹고 설거지를 했다. 욕실 세면대 바로 위에 선반이 없어서 칫솔과 양치컵, 세안용품 등을 둘 수 있는 흡착식 간이 선반을 사서 (처음 내가 했을 때 자꾸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아빠의 손을 빌려 붙여두었는데, 그게 낮에 욕실 물청소를 하며 떨어져버렸다.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해봐도 한 쪽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다. 굳은 마음을 먹고 반드시 해결하리라 하는 오기를 갖고서 결국 튼튼해 보이도록 붙이기는 했다.
삶이란 이 흡착식 간이 선반 같다. 안정감 있게 원하는 곳에 튼튼하게 붙어 있고 싶지만, 언제나 약간은 불안정하게 간신히 버티며 다행과 불안 사이를 줄타기 하는.
예정되어 있는 몇 건의 집들이를 떠올리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집이 초라해 보일까봐, 이 집에 사는 내가 처량해 보일까봐, 그래보이지 않으려 애쓰려고 한다. 휑한 벽에 패브릭으로 된 세계지도를 예쁘게 걸고자 했지만, 그리고 베란다 바닥에 원목 타일을 깔고 남은 자리에 예쁜 화분을 두 어개 더 두어 생기를 주고 싶지만 또다시 예산 문제로 갈등을 하게 된다.
2년 후 대출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의 일부를 갚아 매달의 지출을 좀 줄이고자 계획을 세워보니 당분간 여행은 꿈도 꾸기 어렵겠다.
마음은 번잡하고, 시간은 지루하고, 몸은 바쁘고, 가스와 전기와 물을 많이 쓰고, 그래서 돈은 안쓰려고 노력한 끝에 성공했고, 일기는 잡다하기 그지 없었던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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