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날. 내가 그토록 담임을 쉬고 싶었던 것은 아이들에게 내어줄 것 없이 고갈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찌꺼기를 비워내고 그 안에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하게 채워 다시 나눠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담임을 쉬고 소속감 없이 아이들과 거리를 두는 생활을 하다보니 나의 존재의미가 다소 희미해지면서 접촉 불량인 충전기처럼 끝내 완충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지쳐있는 나의 정서 상태로는 아이들을 예전처럼 가까이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만나게 되지도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태. 나를 채우는 방법을 고민해 볼 일이다. 중봄 두 번째 연수가 있었고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학급운영'이라는 주제로 내가 발표를 하게 되어 있었다. 7년 간 담임을 하며 갖고 있던 자료를 알록달록 편집하고 발표할 내용도 자료에 메모해가며 나름의 준비를 해 갔는데, 예상보다는 내게 주어진 임무가 그다지 막중한 것이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준비해 간 자료가 좀 과해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큰 줄기의 얘기 위주로 나의 경험과 생각을 발표했는데, 옆자리 Y쌤이 나의 담임 자료가 대단하다면서도 옆반 담임이 힘들었겠다는 얘기를 사족처럼 붙여, 끝내 마음이 또 쓰이고 말았다. 한동안 누구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는데, 요즘은 교장 눈치, 교감 눈치, 다른 동료 교사 눈치, 애들 눈치 보느라 정신이 없다. 여유가 생겨서 그런 건지, 심리적으로 허약해져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다. 몇 가지를 사러 학교 근처의 생활용품 상점으로 갔는데, 사려고 했던 도마꽂이와 티스푼 외에도 러그를 세일해 팔길래 결국 또 사오고 말았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 옆에 깔아보니 방바닥에 비해 러그의 사이즈가 너무 작아 볼품없고 우스워보였다. 약간 들뜨고 침착하지 못한 상태로 했던 쇼핑의 여파인지 부엌에 도마꽂이를 두려고 뭘 건드리다가 엄지 손톱 옆이 길게 베였다. 긴 시간의 지혈이 필요할 정도로 피가 꽤 많이 나왔는데, 혼자 살아서 그런가 크게 다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