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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19의 게시물 표시

[찬감다행] 20190430

1. 학급운영에 대해서 멋진 자료를 공유하고 열심히 준비해 발표한 것을 칭 찬 해, 수고하고 고생했어! 2. 중봄에서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주신 걸 감 사해. 3. 독립 생활의 이러저러한 면에 대해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다 행이야. 4. 운동을 마치고 돌아올 때 밤바람을 맞으며 기분이 좋고 행 복했어. 5. 아침에 교문지도 하는 날임에도 미리 가서 공부하고, 피곤하고 할 일이 많은데도 운동과 일기를 거르지 않은 나를 많이 많이 칭 찬 하고 격려해.

20190430

4월의 마지막 날. 내가 그토록 담임을 쉬고 싶었던 것은 아이들에게 내어줄 것 없이 고갈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찌꺼기를 비워내고 그 안에 사랑과 기쁨으로 충만하게 채워 다시 나눠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담임을 쉬고 소속감 없이 아이들과 거리를 두는 생활을 하다보니 나의 존재의미가 다소 희미해지면서 접촉 불량인 충전기처럼 끝내 완충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지쳐있는 나의 정서 상태로는 아이들을 예전처럼 가까이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만나게 되지도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태. 나를 채우는 방법을 고민해 볼 일이다. 중봄 두 번째 연수가 있었고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학급운영'이라는 주제로 내가 발표를 하게 되어 있었다. 7년 간 담임을 하며 갖고 있던 자료를 알록달록 편집하고 발표할 내용도 자료에 메모해가며 나름의 준비를 해 갔는데, 예상보다는 내게 주어진 임무가 그다지 막중한 것이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준비해 간 자료가 좀 과해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큰 줄기의 얘기 위주로 나의 경험과 생각을 발표했는데, 옆자리 Y쌤이 나의 담임 자료가 대단하다면서도 옆반 담임이 힘들었겠다는 얘기를 사족처럼 붙여, 끝내 마음이 또 쓰이고 말았다. 한동안 누구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는데, 요즘은 교장 눈치, 교감 눈치, 다른 동료 교사 눈치, 애들 눈치 보느라 정신이 없다. 여유가 생겨서 그런 건지, 심리적으로 허약해져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다. 몇 가지를 사러 학교 근처의 생활용품 상점으로 갔는데, 사려고 했던 도마꽂이와 티스푼 외에도 러그를 세일해 팔길래 결국 또 사오고 말았다. 집에 오자마자 침대 옆에 깔아보니 방바닥에 비해 러그의 사이즈가 너무 작아 볼품없고 우스워보였다. 약간 들뜨고 침착하지 못한 상태로 했던 쇼핑의 여파인지 부엌에 도마꽂이를 두려고 뭘 건드리다가 엄지 손톱 옆이 길게 베였다. 긴 시간의 지혈이 필요할 정도로 피가 꽤 많이 나왔는데, 혼자 살아서 그런가 크게 다친...

[찬감다행] 20190429

1.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조카도 잘 챙기는 착한 규 칭 찬 해. 2. 이번 어버이날에는 용돈을 많이 드릴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에 너무나 대수롭지 않아하며 안도하라는 듯 다독여 준 엄마와 늘 딸 걱정을 해주는 아빠에게 감 사해. 3. 조카가 어린이날 선물로 무엇을 원하냐고 했을 때 이모의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알아서 그러는지 '고장 잘 안나는 샤프와 샤프심'을 얘기해주어 다 행스러우면서 안도함. 조카님, 재정 상태가 회복이 되고 나면 이모가 맛있는 거 사줄게~ 4. 네스프레소에서 앱 결제 시의 오류로 인해 불편을 겪었겠다며 한정판 캡슐 10개를 서비스로 보내주어서 감 사하고, 이렇게까지 친절하고 철저한 기업이 있어서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행 복한 일이야.

20190429

1. 한 주의 시작. 중간고사 후 첫 차시인 반들이 많이 남아 영화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심적 부담이 좀 덜하다. 1교시에 영화를 보여주고 돌아왔는데 전교사에게 보내는 교장의 메시지가 와 있다. 영상수업 시에 교육적인 목표와 철저한 계획에 의해 엄선된 영상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아마도 지난 주에 하필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에 교장이 창을 통해 교실을 뻔히 한참동안 들여다봤다며 크게 걱정하던 영어과 신규 막내쌤이 교장이 훈화를 한 직접적 계기였겠으나, 농땡이 피우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수업을 하는 교사가 나 말고도 여럿 있으니 굳이 전체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냈겠다 싶었다. 기분이 나빴던 것은 글의 도입에 괜시리 아이들과 즐겁게 활동하는 열정적인 수업을 펼치는 '고경력 교사'를 콕 짚어 언급했다는 점이다. 분명 영상수업 하는 (젊고 열정도 없는) 교사들과 대조하고자 하는 그 의도를 그런 식으로 표출해대다니 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요일까지는 영상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 교과에 적합하고 목적에 부합하고 내용도 유의미해 스스로 당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꽤 신경이 쓰인다. 2. 생리 3일째인데, 양이 좀 많다. 어젯밤에는 자려고 누웠다가 왈칵거리는 게 심상치 않아보이고 짧게 누운 틈에도 생리혈이 새어나오는 걸 보고 기겁해 자정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편의점에 가서 오버나이트를 사왔다. 30대 중반도 지난 나이가 되고 보니, 건강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장수에 대해서는 욕망하기는커녕 차라리 재난이라 생각하면서도, 사는 동안은 (재정적, 육체적 고통이 없도록) 건강하게 살다가 잠든 듯 깔끔하고 산뜻하게 떠나고 싶다는 바람은 있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형편없는 체력과 무방비하고 보잘 것 없는 몸덩어리를 이끌고 계속 살아가야 할텐데, 늙는다는 건 어떻고 저떻고 해도 역시나 슬픈 일이다. 3. 상담 Y쌤은 독립 후 보름이 지난 나의 근황에 대해서 듣고는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업들을 좀 해볼 것을 권했다. 목공, 그림, 베이킹 같은 것...

[찬감다행] 20190428

1. 1시간 20분이나 밖에 나가서 운동하고 온 나 자신을 칭 찬 해. 2.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집안일도 많이 많이 한 걸 또 칭 찬 해. 3. 큰 마음을 나눠주는 세라 생각이 갑자기 많이 났는데, 그런 큰 사랑을 베풀어주는 친구가 있음에 감 사해. 나를 아껴주고 걱정하고 안타까워 해주는 영준언니에게도 감 사해. 4. 본가와 병원에 가려는 계획 때문에 아프로디테 모임의 집들이 날짜를 변경하려고 했는데 쌤들이 모두 변경이 가능하고 흔쾌히 그러겠다 해줘서 참 다 행이야. 5. 행복을 늘 느낄 수는 없는 거겠지만, 행복하려는 마음을 잃지 않고 행복력을 키워가려고 하는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 복이라고 생각해.

20190428

주말이 끝나간다. 어디에 있든지 간에 내게 주말은 좀 난감한 시간인데 더구나 난 할매처럼 아침 잠이 많지 않아 이 긴 하루를 또 어찌해야 하나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행동 개시. 빨래를 개고 우아하게 커피를 내려 마시고 책도 좀 읽고 티비도 좀 보고 백만 년 만에 중국어 공부도 좀 하고 짜장라면을 끓여 아점을 해결하고 다시 설거지를 하고 유한락스로 칠갑을 한 후 욕실 청소를 하고 몇 벌의 옷과 면생리대를 표백했다. (이제 보니 보랏빛 맨투맨 티에 락스가 튀었는지 분홍색 점이 생겨서 몹시 속상...) 그래도 아직 한낮이라 밖에 나갔다. 이 동네에도 산책할 만한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중에 중랑천 생각이 났다. 끝자락의 아파트 단지를 지나니 중랑천으로 통하는 길이 보였고 그 곳엔 참 많은 사람이 나와 걷고 뛰고 얘기하고 있었다. 날이 좀 쨍하면 내 기분도 햇빛에 말릴 수 있어 좋을 것 같은데 오늘은 내내 다소 흐렸다. 음악을 들으며, 우아하게 타 간 아아를 홀짝이며, 그렇게 걸을 때 순간 순간 좀 처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슬펐는데, 그래서 걷지 않고 뛰어보기로 했다. 러닝머신 위가 아닌 곳에서 뛴 게 참으로 오래 전 일이라 그 느낌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뛰고 뛰다보면 기분이 반드시 나아지고 새 에너지가 생기리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강한 믿음도 있었다. 10분 여를 뛰고나니 역시나 땀이 슬며시 배어나오며 기분이 좀 나아졌다. 돌아와서는 청소를 하고 티비를 보고 저녁을 해 먹고 설거지를 했다. 욕실 세면대 바로 위에 선반이 없어서 칫솔과 양치컵, 세안용품 등을 둘 수 있는 흡착식 간이 선반을 사서 (처음 내가 했을 때 자꾸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아빠의 손을 빌려 붙여두었는데, 그게 낮에 욕실 물청소를 하며 떨어져버렸다. 몇 번이나 다시 시도해봐도 한 쪽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다. 굳은 마음을 먹고 반드시 해결하리라 하는 오기를 갖고서 결국 튼튼해 보이도록 붙이기는 했다. 삶이란 이 흡착식 간이 선반 같다. 안정감 있게 원하는 곳에 튼튼하게...

[찬감다행]20190427

1. 좀 귀찮았지만 헬스장에 새로 등록하고 아침에 운동을 다녀왔다. 역시 알차게 인생과 일상을 꾸려나가는 규, 칭 찬 해~ 2. 어젯밤에 네스프레소 캡슐을 주문하다가 어플에 오류가 발생해서 주말에도 전화를 받을까 걱정하며 전화를 해보니 직원이 너무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응대해주어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나 친절하고 세심하게 고객을 응대해주니 감 사한 일이다. 3. 며칠 전부터 생리를 할 기미만 보이고 제대로 생리가 시작되지 않아 다소 짜증스럽고 걱정이 됐었다. 두 방울 흐르고 결국 하지 않았던 것도 이틀이나 되어서 더더욱 걱정스러웠는데, 양이 많지는 않지만 오늘 드디어 제대로 생리가 시작되어 안도되고 다 행이라고 생각되었다. 4. 오냥이 집에 놀러 왔는데, 예쁜 화분과 필요했던 소형 스탠드를 선물로 사다주고, 백화점을 같이 구경하다가는 무인양품의 예쁘고 부드러운 노트까지 사주어서 참 감 사했다. 5. 행복은 찰나의 순간에 반짝 모습을 드러내므로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잘 바라보고 잡아야 한다. 운동하러 가는 길의 따사로운 햇살과 길가에 피어난 화사한 꽃, 러닝머신 위에서 송글송글 돋아나던 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다정한 바람 속에 순간의 행 복이 있었다.

20190427

요즘의 나는 슬럼프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한 해 동안의 모든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했어야 하는 1월에는 여행을 준비하고 신경 쓰이는 동행과의 피로 섞인 여행을 하느라 오히려 긴장이 쌓였고, 2월 역시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바로 새 학년도 학교 업무를 준비하느라 학기 중보다 더 많은 업무를 하고 심지어 중간엔 졸도까지 했다. 새 학기에 들어선 3월에는 날마다 12시간 넘게 일하고 사위가 어두워질 때 퇴근하기 일쑤였고, 업무가 안정을 찾아 야근이 줄어들자 독립과 이사 준비로 마음이 불안정하고 정신이 사나웠다. 그 모든 여파가 추위가 완전히 누그러든 이제서야 몸으로 나타나는가보다 했는데, 신체만 피로한 것이 아니라 그저 모든 것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날마다 씻고 옷을 챙겨 입고 화장을 해 출근하는 일도, (올해는 귀엽고 애교 많은 아이들 임에도)  학생들 앞에서 해내고 있는 내 수업도 지루하기 그지없다. 업무를 샥샥 처리하며 그 속에서 존재감과 희열감을 느낀 적도 많은데 요즘은 일도 너무나 하기 싫다. 그렇다고 놀고 싶은 것도 아니다. 중간고사 직후라 수업 시간에 영화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마저도 견딜 수 없이 지겹고, 봄빛이 가득하고 날씨가 좋은 이 계절에도 놀러 나가고 싶은 마음이 그다지 동하지 않는다. 뭔가 기대되거나 흥분되거나 설레거나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없다. 내 얼굴도 타인의 말도 이 세상 모든 것이 권태롭다. 올해는 업무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고, 독립과 이사, 대학원 진학 역시 너무나 새로운 일임에도 나에게 큰 자극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다만 모든 것이 하기 싫고 지루하다. 삶이 언제나 즐거울 수만도 없겠지만, 그리고 돌아보면 나의 4월은 언제나 분홍빛이 섞인 결국엔 회색인 경우가 많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삶에의 권태가 그리 길지는 않았으면 한다. 생기 돋고 유쾌한 나날들을 보내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고 싶다.

[찬감다행]20190425

1.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밥을 잘 챙겨먹고 꼼꼼히 설거지를 하고 산책 겸 책을 사러 서점에 다녀오고 조금 귀찮아도 샤워를 하고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며 삶을 잘 꾸려가고 있는 스스로를 매우 칭 찬 해, 대견해, 잘 하고 있어! 2. 다정한 표정과 말투로 따뜻한 느낌을 주시는 전문희쌤과 잠깐이라도 만나면 기분이 좋아서 감 사하다. 덕분에 동아리 활동 마무리도 가현이가 도와주어서 귀찮을 일이 줄게 된 것 역시 감사. 나도 타인에게 그런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3. 정태영쌤 아들 결혼식에 결국 가지 않기로 하고 김춘정쌤에게 축의금을 부탁했는데, 흔쾌히 전달해주시겠다고 답이 와서 감 사하다. 4. 어제까지는 다음 달까지의 생활비(현금)가 간당간당 경계에 있어서 많이 불안했는데, 어제 목요회 모임에서의 카드깡 이후에 한숨을 돌리게 되어서 참으로 다 행이다. 5. 네스프레소로 내린 커피와 함께 먹으려고 엘리제 제과점에서 30% 세일해 파는 앙버터를 사왔는데, 저녁을 먹고 나니 배가 부르고 시간도 늦어져 커피도 못 마시고 앙버터는 한 조각 맛만 봤지만, 내일이라도 다시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가 주는 소소한 행 복이 있다. 세상에 날 위로해주는 여러 음악과 맛있는 음식과 좋은 풍경들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20190425

맨 꼭대기 층에 있는 본가에서 지낼 때는 모르던 층간소음을 겪는다. 집에 있는 내내 시달려 괴로울 정도의 빈도나 강도는 아닌데 위층에 사는 분들이 노인인지 꽤 이른 꼭두새벽부터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대개는 새벽 다섯 시가 넘으면 드나드는 발소리, 오줌 누는 소리와 물 내리는 소리, 뭔가를 쿵쿵대며 찧고 빻는 소리(정체를 알 수 없다) 같은 것들인데, 내가 꽤 오랫동안 겪지 않았던 일이라 낯설어 그렇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정도의 생활소음은 익숙한 일일 거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길지 않은 수면시간이 조금 더 짧아지는 날도 있다. 새벽잠을 푹 못 잔 데다가 꾸물꾸물 흐린 날씨까지 겹쳐 오늘은 병든 닭마냥 기운이 없고 노곤노곤했다. 억지로 기말고사 문제 8개를 출제했고, 간신히 시간을 때워 퇴근하려는 찰나, 한문과의 중대한 실수를 알게 됐다. 전혀 다른 교과여도 같은 교과군으로 묶여 있고 그 교과군의 부장을 내가 맡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에 대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평가계획이 (또다시) 변경된다면 그에 따라 수정해야 하는 파일이 4-5종류나 되고, 이미 마감한 1차 정보공시도 정정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내년엔 창체 요일 이동 등 학사일정을 바꾸자는 의견도 많고, 평가 비율 산출 방식도 변경시켜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으므로, 자연스레 내년의 나에게도 업무적인 어려움과 번거로움이 많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내년의 업무 걱정이나 더 이후의 담임을 맡을 일에 대한 걱정이 불쑥 불쑥 올라오기는 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 의식의 저편으로 밀어놓고 만다. 집에 와 두 시간 가까이를 정신 없이 잤다.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부모님이 보내주신 반찬을 많이 해치웠다), 노원역 알라딘에 가 책 두 권을 사왔다. 계산대에서 일하는 청년의 목소리가 청아하고 말하는 모양이 참 가지런해 기분이 잠시 좋았다. 서점이라는 곳이 주는 분위기 내지는 이미지와 청년의 목소리, 흘러나오는 재즈...

[찬감다행]20190424

1. 마음이 헛헛해도 꿋꿋하고 의연하게 하루를 잘 마무리하려는 스스로가 대견하고 칭 찬 해! 2. 불편할 수도 있는데 나를 어색해하지 않고 모임에 껴준 여러 쌤들에게 감 사하다, 놀아줘서 고마워요 쌤들 ㅜ.ㅜ 3. 시험감독을 하면서 별다른 큰 일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 참으로 다 행스럽다. 4. 담임으로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쌤들을 보며, 잠시 숨을 돌려 쉬어갈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이 행 복하고 이걸 잘 만끽해야겠다고 생각했음. 5. 아빠가 오전에 집에 와서 커튼을 달아주고 가셨다. 벽에 나무 부분이 없고 온통 시멘트 콘크리트라서 못이 잘 박히지 않아 본드로 고정해 겨우 설치하며 고생하셨다고 들었는데, 속썩이는 막내딸을 위해 늘 애쓰고 모든 것을 해주려 하시는 아빠에게 감 사하다.

20190424

나보다 다섯 살이 어린 6년차 유부남 쌤이 결성(?)한,  작년 신규 셋과 올해 신규 다섯, 그리고 8년차 늙다리 나까지를 그 구성원으로 하는  'ㅈㅇ목요회'가 중간고사 마지막 날이었던 오늘 모임을 갖기로 했다. 사실 어제부터 내가 그 자리에 끼어 앉아 있어도 괜찮을까, 눈치 없는 짓은 아닐까 약간의 고민을 했다. 애매한 포지션이다. 30대 후반의 미혼 여교사로서, 학교에 일단 또래 쌤이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있다손 치더라도 가정에 몰두하고 육아에 치이느라 바쁜 경우가 많다. 나처럼 미혼인 경우에는 같은 세대로 묶이기에 애매한 90년대생 20대들이다. 사생활에 대해 꼬치 꼬치 캐묻고 오지랖 넓게 대리 걱정을 해주는 것이 민폐이자 무례라는 것을 모르는 어른들도 이제 내게 연애나 결혼에 대해 잘 묻지 않는데, 옆의 20대 쌤에게는 묻는 것을 나에게 묻지 않을 때에 참 애매하고 묘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그런 걸 묻는 게 딱히 유쾌한 일도 아닌데 말이다. 열 명이나 모이다보니 학교 얘기,  동료 얘기, 아이들 얘기가 뒤섞이다가 결국은 오늘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슈가 등장했다. 9명 중 2명은 기혼, 1명은 비혼주의자, 3명은 목하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 중에다 2-3년 내에 결혼이 현실화될 예정, 3명은 연애를 쉬고 있거나 사생활을 딱히 밝히지 않았으나 모두 매우 어리다. 특히나 곧 결혼을 목표로 하고 있는 쌤들의 얘기를 들으면서는 나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빈 집에 들어오는 오늘의 마음도 또 헛헛하다. 다음 달 월급날까지의 예상 지출비를 계산하고, 복지포인트 청구를 놓쳐 계산에 어긋난 걸 알고 전전긍긍하느라 지친 하루가 초라하다. 이 와중에 아프로디테 쌤, 정확히는 영어과 김쌤이 또 다시 나는 모르는 전임교 얘기를 단톡방에 마구 해대니 짜증도 난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스려본다. 내게 주어진 하루와 상황과 삶을 잘 받아들이고 가꿔나가야 하니까. 다독다독, 토닥토닥.

[찬감다행]20190423

1. 오늘 2교시 시감때 OMR카드 교체하는 아이, 서술형 답안지 교체하는 아이, 화장실 가겠다는 아이, 옆줄에 앉은 친구를 괜히 부르는 아이 등등이 많아 참 어렵고 긴장되는 시감이었는데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잘 해낸 것을 칭 찬 해~ 2. 엄마의 대장내시경 결과가 나오는 날. 혹시나 해서 몹시 걱정하고 불안해 했는데 별 이상이 없다고 하니 너무너무 감 사하다. 3. 집주인에게 보일러가 새서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일이 왠지 좀 부담스러웠는데, 통화를 해보니 흔쾌히 얘기를 들어주고 살펴보고 고쳐주겠다고 답을 했다. 너무나 다 행스럽다. 4. 사촌오빠가 고가의 커피머신을 독립선물로 사서 보내주었다. 본인의 결혼 준비만으로도 신경 쓸 게 많고 스트레스가 클 텐데, 이런 과분한 선물을 보내주니 정말로 감 사하다. 5. 맘에 드는 테이블보를 사고, 향기로운 방향제로 집의 냄새를 잡고, 배송되어 온 책장 위에 사촌 오빠가 선물해 준 커피머신까지 세팅해 점점 더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이 되어가니 행 복하다. 6. 아이들이 시험을 잘 봤다며 행복한 표정으로 내게 조잘조잘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참 귀엽고, 학교에서 예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행 복하다.

20190423

독립이 무산되고, 주어진 현실을 감내하며 하루하루 살아내다보니 이 곳을 잊고 지냈다. 2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새로운 곳에 터를 잡고 따로 나와 살게 됐고, 이제 혼자 지낸 지 열흘쯤 되어간다. 노트북 바탕화면을 정리하다가 바로가기 되어 있는 이 곳을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예전에 이 곳에 글을 끄적이면서도 참 문장을 꾸며대기 좋아해 질박하거나 담백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있었는데, 오늘 다시 읽어본 옛 글들이 새삼 좋게 느껴진다. 이사를 하고 새로운 가구를 들이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검색하고 구입하는 동안에는 진정한 의미에서 독립을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주말에 지방에 1박2일의 여정으로 여행을 다녀오고 밤9시가 넘어 빈 집에 들어오니 무섭도록 외롭고 고독한 현실이 날카로운 칼끝처럼 온 몸과 영혼까지 찔러왔다. 이틀 간 약 6만 보를 걸었고 다음 날 출근을 앞두고 있음에도 두 시간을 채 자지 못했다. 그러지 않아도 염세로 점철된 인간인데 빈집에 혼자 와 있으니 헛헛함이 두 배로 자라나 허무하기 그지없다. 다시 또 미비한 물건들을 사고 집을 조금 더 집답게 꾸며보려 애쓰고 부지런히 쓸고 닦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면 잠시나마 허무함이 저만큼 밀려나있다가도, 침대에 몸을 뉘이면 회색빛 두려움과 막막함이 사위를 뒤덮는다. 그래도, 잊지 않기로 한다, 왜 그토록 가족들과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독립하고 싶어했는지를. 적응에는 또 다시 품이 들겠지만 내게 가져다주는 좋은 점들이 있을 것이다. 또, 사람은 결국 혼자 잘 지낼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쓴다. 힘들고 어두워질 때 쓰는 감사행복다행(?)일기를 쓸 것이다. 매일 나를 위해 얼마간의 시간을 들여 내 하루와 내 마음을 들여다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