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기를 쓰는 주기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새로운 환경과 일상에 적응해간다는 반증일 것이다. 강박적으로 날마다 빠짐없이 일기를 쓸 수는 없겠지만, 바쁜 일과에 매몰되어 자신과 하루를 점검하고 돌아보는 기회는 되도록 자주 갖도록 노력할 일이다. 2. 지난 일요일에는 사촌오빠의 결혼식이 있었다. 내 연애사에서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되었던 오빠 친구 M-지금은 유부남이 되었다-을 볼 일이 조금은 신경쓰였는데, 그건 M에 대해 호감이나 미련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당시만 해도 여전히 미숙하고 어리기만 했던 내 모습을 보였던 대상이었고, 그래서인지 내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흐지부지 관계를 종결했던 그에게 조금은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인 듯했다. 신랑신부를 위한 축사를 낭송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한 M의 모습은 살이 많이 쪄 키가 더욱 작아보이는 그저 그런 아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도 이제 웃을 때의 주름을 감출 길 없는 아줌마가 되고도 남았을 나이의 노처녀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것이)기 때문에 아재를 보며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겠으나, 어쨌거나 흘러간 시간들이 조금은 우습고 조금은 회한스럽기도 했다. 3. 사실 일요일에 내 마음을 시리고 허하게 만든 것은 사촌오빠가 아닌 다른 두 남자의 결혼 소식이었다. 하나는 야망이 많고 공부도 잘 해서 결국 한의대에 진학해 한의사가 된 중학교 동창놈이고, 또 하나는 좀 황당하게도 가수 하림. 이상하게도 한동안 주변에서 결혼 소식이 잘 들리지 않다가 올해 들어서서 결혼하는 지인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이젠 동성의 친구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쓰라리거나 불안해지지는 않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이성인 지인들의 결혼 소식은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가보다, 더구나 그 동창 아이는 나와 그다지 친밀하거나 내가 호감을 갖고 있는 친구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하림에 대해서는 아마 나는 그가 영원히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혼자 확신하고 있었나보다. 여기 저기에서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린다는 소식을 들려주는 것을 보니 지금은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