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럽게 연애를 시작(맞지?)하게 된 지 한 달이 되었다. 소개팅 후 두 번째 만남에서 달달한 막걸리와 청춘들의 시끌벅적 수다 속의 묘한 '그 날의 분위기'에 휘둘린 탓인지, 서로 약간 혀가 꼬인 채로 말을 놓았고 술집의 영업시간이 끝나 반강제로 가게를 나서면서 손을 잡았다. 보잘 것 없는 실내포차에서의 2차와 간신히 의식을 붙잡고 동트기를 기다렸던 탐앤탐스에서의 3차를 거쳐 택시를 기다리면서는 입까지 맞췄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이다보니 그 다음 날부터 설레고 좋기보다는 괴롭고 불안했다. 알코올에 의해 벌어진 일일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며 일요일 오전을 흘러보냈지만, 다행스럽게도(?) 어찌어찌 한 달 간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H와의 이런 연애에 대해 생각해보면 '모르겠다'. 그는 꽤 수려한 외모(최근엔 좀 달리 보이기도 한다;;)와 건장한 체격을 갖춰 뭇여성들이 좋아할 만하지만, 결코 내가 좋아하고 꿈꿔오던 타입은 아니다. 체육과라고 해서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가 학업이나 지식 분야에 있어서는 다소 부족한 건 사실이다. 나는 내가 sapiosexual이라고 확신한다. 지적이고, 섬세하고, 의식 있으며,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춘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파악한 H는 단순하고, 지식적으로 무지하고, 나와 취미와 취향 게다가 정치적 성향까지도 많이 다르다. 그런데 나는 왜 여지껏 그토록 수많은 소개팅남 및 다가왔던 남자들을 다 거절하고 내쳤으면서도, 이런 남자를 만나게 된걸까. 내가 추측할 수 있는 원인은 내가 상반기에 너무 힘들었다는 거다. 엄마 암 발병, 외삼촌이 돌아가신 일, 집 매매와 전세계약 등으로 경제적 심리적으로 시달린 일, 아빠의 공황장애 발작과 그에 따른 실직, 전교에서 제일 힘든 우리반, 무능한 부장 밑에서 수학여행 업무를 거의 혼자 도맡다시피 했던 일... 이 중에 많은 부분은 여전히 미해결과제로 남아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이다지도 힘겹고 외로운 와중에 옆에 있을 누군가가 너무나 간절했나 하는 그런 생각.
H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우리는 참 모르겠다. 내 기준에는 많이 미달이지만, 어쨌든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H정도의 남자는 나보다 훨씬 어리고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처음 만난 날 그 정도로 매력을 발산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도대체 저 사람은 날 왜 만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술김에 확 접근했다가 발 빼기가 어려워진 건가, 나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불꽃처럼 타오르지는 않지만 그냥 무난하고 그럭저럭 집도 가까운 편이고 다루기가 좀 만만(?)한 상대라서 그냥저냥 연락을 유지하는 중인 건가. 대화의 내용을 보면 물음표가 적은 편이라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또 만날 때의 어떠한 순간들에는 꽤 잘 챙겨주는 것 같기도 하고. 나에 대해 마음을 열어,가는 중인가 싶다가도 연애보다는 동료쌤과 놀러다니는 걸 더 재밌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연애라는 게 정답은 없겠지만, 어떤 과정과 흐름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감이 너무 없다보니 지금 나는, 그는, 우리는, 이 연애는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지 정말로 모르겠다.
그런 중에 어떤 날에는 내 마음이 그에게 좀 많이 기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게 짜증이 몹시 난다. 고작 H따위의 내 성에 차지 않는 남자에게 을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엉겁결에 그와의 만남을 시작하고 마음이 힘들고 불안하던(지금도 그렇지만) 7월 초에, 나는 생각했었다, 내가 연애와 관계의 측면에서 겪어야 할 숙제와 과제, 시련과 고난을 겪지 않아 안정기를 맞이하기 이전에 그 남겨진 숙제들이 주어진 거라면,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게 아닐까 하고. 늘 그런 마음을 유지하면 '을'의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않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다른 외적 상황이 힘들고 고달프니 더더욱 집착하고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반달이 아닌 온달이 되어 다른 온달과 합일하려고 했는데, 아직도 초승달인 내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해지니 몹시 당황스럽고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는 꼴. 그렇다고 승려나 신부마냥 '되어가는 대로' '하늘의 뜻대로' 두자니, 드라마[또 오해영]에서의 교훈이 눈에 밟힌다. 을 중의 을이 되건 말건, 그냥 마음 가는대로 질러야 하나 싶은 것... 근데 그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인지 다시 또 모르겠고.
특히나 H에 대한 생각에 많이 시달렸던 근 이틀 간의 복잡한 마음과 머리를 정리해보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몰랑몰랑몰랑몰랑하다. 아 몰랑.
H와의 이런 연애에 대해 생각해보면 '모르겠다'. 그는 꽤 수려한 외모(최근엔 좀 달리 보이기도 한다;;)와 건장한 체격을 갖춰 뭇여성들이 좋아할 만하지만, 결코 내가 좋아하고 꿈꿔오던 타입은 아니다. 체육과라고 해서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가 학업이나 지식 분야에 있어서는 다소 부족한 건 사실이다. 나는 내가 sapiosexual이라고 확신한다. 지적이고, 섬세하고, 의식 있으며,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춘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내가 지금까지 파악한 H는 단순하고, 지식적으로 무지하고, 나와 취미와 취향 게다가 정치적 성향까지도 많이 다르다. 그런데 나는 왜 여지껏 그토록 수많은 소개팅남 및 다가왔던 남자들을 다 거절하고 내쳤으면서도, 이런 남자를 만나게 된걸까. 내가 추측할 수 있는 원인은 내가 상반기에 너무 힘들었다는 거다. 엄마 암 발병, 외삼촌이 돌아가신 일, 집 매매와 전세계약 등으로 경제적 심리적으로 시달린 일, 아빠의 공황장애 발작과 그에 따른 실직, 전교에서 제일 힘든 우리반, 무능한 부장 밑에서 수학여행 업무를 거의 혼자 도맡다시피 했던 일... 이 중에 많은 부분은 여전히 미해결과제로 남아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이다지도 힘겹고 외로운 와중에 옆에 있을 누군가가 너무나 간절했나 하는 그런 생각.
H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우리는 참 모르겠다. 내 기준에는 많이 미달이지만, 어쨌든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H정도의 남자는 나보다 훨씬 어리고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처음 만난 날 그 정도로 매력을 발산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도대체 저 사람은 날 왜 만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술김에 확 접근했다가 발 빼기가 어려워진 건가, 나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불꽃처럼 타오르지는 않지만 그냥 무난하고 그럭저럭 집도 가까운 편이고 다루기가 좀 만만(?)한 상대라서 그냥저냥 연락을 유지하는 중인 건가. 대화의 내용을 보면 물음표가 적은 편이라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또 만날 때의 어떠한 순간들에는 꽤 잘 챙겨주는 것 같기도 하고. 나에 대해 마음을 열어,가는 중인가 싶다가도 연애보다는 동료쌤과 놀러다니는 걸 더 재밌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연애라는 게 정답은 없겠지만, 어떤 과정과 흐름으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감이 너무 없다보니 지금 나는, 그는, 우리는, 이 연애는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지 정말로 모르겠다.
그런 중에 어떤 날에는 내 마음이 그에게 좀 많이 기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게 짜증이 몹시 난다. 고작 H따위의 내 성에 차지 않는 남자에게 을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엉겁결에 그와의 만남을 시작하고 마음이 힘들고 불안하던(지금도 그렇지만) 7월 초에, 나는 생각했었다, 내가 연애와 관계의 측면에서 겪어야 할 숙제와 과제, 시련과 고난을 겪지 않아 안정기를 맞이하기 이전에 그 남겨진 숙제들이 주어진 거라면,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게 아닐까 하고. 늘 그런 마음을 유지하면 '을'의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않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 다른 외적 상황이 힘들고 고달프니 더더욱 집착하고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반달이 아닌 온달이 되어 다른 온달과 합일하려고 했는데, 아직도 초승달인 내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해지니 몹시 당황스럽고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는 꼴. 그렇다고 승려나 신부마냥 '되어가는 대로' '하늘의 뜻대로' 두자니, 드라마[또 오해영]에서의 교훈이 눈에 밟힌다. 을 중의 을이 되건 말건, 그냥 마음 가는대로 질러야 하나 싶은 것... 근데 그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인지 다시 또 모르겠고.
특히나 H에 대한 생각에 많이 시달렸던 근 이틀 간의 복잡한 마음과 머리를 정리해보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몰랑몰랑몰랑몰랑하다. 아 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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