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며칠을 누워지냈다. to do list가 수첩에 빼곡하고 마음은 그만큼 무거운데도 도저히 뇌에서 의욕이 없다. 검푸른 기분으로 거실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 몇 날 며칠이고를 폐인처럼 보냈다. 새 학교에 가서 일할 계획도 상담하러 내방역에 가는 일도 모두 취소하고, 등록된 필라테스 수업을 마지막 횟수까지 모두 채운 후엔 피트니스 클럽에 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사지마저 안 갈 수는 없어서 겨우 무거운 몸을 일으켜 비비적 비비적 집을 나섰다. 한 시간 반을 누워 있는 동안 대개는 코를 골며 자는 모양인데 (원장님이 대체로 "피곤하셨나봐요, 너무 잘 자시던데?"라고 말하곤 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잘 자는 걸 알 수 있는 신호는 코골이 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 오늘은 한 시간 반동안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에 시달리느라 단 1초도 자지 않았다. 2. 내가 이렇게까지 우울하거나 불안한 이유는 역시나 새 학교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서 너 차례 찾았던 새 학교의 모습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새로운 의지와 다짐으로 무장한 사람마저 우울하고 무기력해질만큼 음산하고 황폐한 분위기.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든지 '빈익빈부익부' 따위의 용어들을 떠올리게 된다. 교실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시켜주고 쾌적하게 만들어줘야 학교에 오기도 좋을텐데. 그 밖에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대거 내용을 변경하고 수정한 새 가정환경조사서 양식에서 삭제했던 동거여부란을 다시 넣어야 하나 하는 고민. 수업을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춰서 진행해야 할까 하는 걱정. 이제 투넘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카톡은 되지 않을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하는 갈등. 무엇보다도 당장 이번주 이틀이 고민이다. 3. 학교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보면 그 끝에서 부딪치는 건 결국 '나'라는 인간이다. 강한 자의식만큼 자존감이나 자기확신이 강하면 (남에게 불편을 줄 수는 있을지언정) 내 스스로 사는 데에는 훨씬 편할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