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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017의 게시물 표시

20170228

1. 최근 며칠을 누워지냈다. to do list가 수첩에 빼곡하고 마음은 그만큼 무거운데도 도저히 뇌에서 의욕이 없다. 검푸른 기분으로 거실 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 몇 날 며칠이고를 폐인처럼 보냈다. 새 학교에 가서 일할 계획도 상담하러 내방역에 가는 일도 모두 취소하고, 등록된 필라테스 수업을 마지막 횟수까지 모두 채운 후엔 피트니스 클럽에 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사지마저 안 갈 수는 없어서 겨우 무거운 몸을 일으켜 비비적 비비적 집을 나섰다. 한 시간 반을 누워 있는 동안 대개는 코를 골며 자는 모양인데 (원장님이 대체로 "피곤하셨나봐요, 너무 잘 자시던데?"라고 말하곤 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잘 자는 걸 알 수 있는 신호는 코골이 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 오늘은 한 시간 반동안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에 시달리느라 단 1초도 자지 않았다. 2. 내가 이렇게까지 우울하거나 불안한 이유는 역시나 새 학교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서 너 차례 찾았던 새 학교의 모습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새로운 의지와 다짐으로 무장한 사람마저 우울하고 무기력해질만큼 음산하고 황폐한 분위기.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든지 '빈익빈부익부' 따위의 용어들을 떠올리게 된다. 교실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시켜주고 쾌적하게 만들어줘야 학교에 오기도 좋을텐데. 그 밖에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대거 내용을 변경하고 수정한 새 가정환경조사서 양식에서 삭제했던 동거여부란을 다시 넣어야 하나 하는 고민. 수업을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춰서 진행해야 할까 하는 걱정.  이제 투넘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카톡은 되지 않을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하는 갈등. 무엇보다도 당장 이번주 이틀이 고민이다. 3. 학교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보면 그 끝에서 부딪치는 건 결국 '나'라는 인간이다.  강한 자의식만큼 자존감이나 자기확신이 강하면 (남에게 불편을 줄 수는 있을지언정) 내 스스로 사는 데에는 훨씬 편할텐...

20170218

독립해 이사하고 나면 지인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쓰는 일기장 같은 (텍스트 기반의)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아직 그 시기에 미치지 못했으나 다소 충동적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급히 블로그를 개설했다. 1. 새벽에 약 1년 만에 P에게서 카톡이 왔다. 당혹스럽긴 했으나, 이내 곧 담담해졌다. 내게 상처 혹은 오점으로 남은 P와의 일은 여전히 가끔씩 문득 떠오르지만, 이젠 털어낼 때도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 속에 잠에 들었다. 이젠 더 이상 그 의도를 읽으려 하지도 않고 그의 반응에 따라 속을 끓이는 것도 덜하다. 헛되고 옳지 않은(?)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겠지. 2. 2주 후면 새 학교로 이동한다. 짐도 다 옮겨놓았고, 정리도 많이 해 놓았다. 많이 달라진 환경 속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것에 기대와 설렘, 두려움과 걱정을 함께 느낀다. 우스운 건 내가 아직도 기존의 학교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 해동안 함께 일했던 동교과 K교사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 왜 난 그에게 이다지도 옹졸하고 악덕한 마음을 품는 것일까. 합리화나 변명일 수 있겠으나, 단순히 빼어난 외모를 갖춘 또래 교사에 대한 시기나 질투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면접 과정에서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뭐랄까, 투명하지 못한 느낌. 타인을 관찰하는 시각이 유난히 날카로운 내 눈에 무언가 자꾸 걸리는 느낌. 합당한 경력과 자격을 갖춘 듯 교묘하게 뒷배 봐주는 관리자를 등에 업고 한 자리 차지하게 된 과정도 적잖이 불쾌했거니와, 연예인병에 걸린 듯 자신을 '이성'의 느낌으로 대하는 학생들 앞에서 교사로서 처신하기보다는 '여자'의 느낌으로 서는 듯한 태도도 용납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눈을 의심할 만큼 형편없는 수준으로 출제한 시험문제를 보고는 기겁을 했다. 총평을 하자면 교사가 안 어울리는, 연예인이나 하면 좋겠는 여자. 한 해 간의 악감정이 쌓이고 쌓인 나는 ...